호주 워킹홀리데이 후기 - 딸기, 포도, 체리, 락멜론 농장을 돌아다니며...

3박 4일 해외여행을 다니며 너무 짧은 일정이 아쉬운 마음에 해외에 오래 살아보고 싶은 욕구가 한가득 생기기 좋은 스물다섯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녀온 호주 워킹홀리데이.
2015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다녀온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내 인생에 잊지 못할 경험과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해 준 곳이다.
악명 높은 카불쳐 딸기농장
내가 호주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간 곳은 브리즈번에 있는 카불쳐 딸기농장이었는데... 이 카불쳐라는 곳이 아주 악명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게 된 게 한이랄까?
일단 방이 4개인 주택에서 흔히들 말하는 닭장셰어를 했는데, 이 집에서 한국, 대만, 홍콩 친구들 그리고 헨리라는 컨츄렉터 겸 집주인(진짜 집주인은 아님), 집주인 여자친구까지 총 12명이 살았다.
무슨 집에 12명씩이나 살아?
이 12명이 사는 집에서 나는 디파짓(보증금) 200불에 일주일방값 140불을 내고 살았다.
딸기농장은 차로 20분씩 가야 하는 거리라 왕복 픽업 비용 일주일 40불까지 지불하고 나면 장보고 이불 사고~ 1000불이 넘는 돈을 썼다는 거...
농장에 온건 호주 워킹홀리데이 1년짜리 비자를 1년 더 연장하는 것과 동시에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었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밭에서 일은 해본 적이 없던 터라 매우 많이 힘들었다.
딸기를 익은 것만 골라 따야 하는 것 그리고 예쁘게 정렬해 한 바켓을 따야 돈이다!
농장주는 시급으로 쳐서 컨츄렉터에게 돈을 준다는데 이 컨츄렉터는 아랫사람들을 이용해 딸기를 몇 바켓을 땄는지 세어서 돈을 준다
농장이 돈을 많이 준다는 건... 개소리다
시급으로 쳐야 많이 주는 거겠지... 내가 간 곳은 컨츄렉터 밑에 관리자애들만 시급으로 쳐서 돈을 줬다.
내가 기억하는 호주 카불쳐 딸기농장은 한국사람이 한국사람 등쳐 먹는 곳.
지금 기억해도 최악인 한국사람 컨츄렉터 겸 집주인 헨리는 볼 때마다 재수 없어서 결국 다른 팜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나가려면 2주 뒤에 나가야 된다 디파짓은 못준다 해서 '에휴 거지 xx, 너 가져라' 하고 나왔다.
뭐 그 뒤로 옮긴 딸기농장에서 딸기 따는 건 역시 내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겨우겨우 숙식을 해결할 정도만 벌고 조금 남았지만....
그거라도 열심히 모아서 나중엔 중고차도 구매했다!

밀두라 포도농장 추억
호주 워킹홀리데이 딸기시즌이 끝나자마자 차를 1박 2일 운전해서 밀두라라는 지역으로 포도를 따러왔다.
그전에 체리농장, 락멜론농장에도 잠깐씩 일을 했는데 그건 포도농장 이야기 마치고 이어가도록 하자
개인자동차가 있는 데다 나는 블로그로 농장에서 일할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고 남편은 컨츄렉터 형이랑 친해져 슈퍼바이저 일명 '슈바'역을 맡을 수가 있었다.
덕분에 포도농장에서 오래된 집 한 채를 쓰라고 줘서 내가 모아 온 사람들과 군대에서 갖 전역해서 경험 삼아 따라온 남동생과 같이 지내며 농장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든든했다.

내가 일한 포도농장에는 홍콩, 대만, 중국인 말고 퉁가인들이 많았는데 엄청 착하고 좋았다.
먹을 것도 나눠주고 잘 도와준달까?
그리고 트랜스젠더 슈퍼바이저인 탈라가 내 남편한테 질척거려서 약간 웃긴 상황이 가끔 생겨 재미있었다.


밀두라 포도농장에 오기 전에 에메랄드 포도농장에도 잠깐 있었는데 워낙 포도가 없다 보니 좌절의 연속이었다.
포도농장 이름이 로메오팜이었는데 그때 포도팜이 처음이어서 가위로 자르다 손도 자르고 피 줄줄 흐른 적도 있었고, 포도가 너무 안 좋아서 하루 100불도 못 버는 적이 있고.. 심지어 덥기는 왜 이렇게 더운 건지 서러워서 꺼이꺼이 운 적도 있다.
사진에선 꺼이꺼이 운 것도 추억이라며 남편이 찍어놓은 사진ㅋㅋ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추억이다.
점심시간에 멜로디언니랑 포도로 차례 지내는 장난도 치고~ 다시 생각하니 재미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호주 워킹홀리데이 농장을 간다고 하면 포도농장이 그나마 제일 돈 잘 벌리고 재미있던 추억이 많은 곳이었던 거 같다.




체리농장도 돈은 꽤 잘 벌 수 있었는데, 환경이 너무 심하게 열악했다.
일단 체리가 달아서 그런지? 파리가 너무 많아 파리망을 쓰고 일해야 했고, 망을 써도 파리가 가끔 들어와서 힘들었다.
파리보다 더 힘들었던 건 숙소였는데...
체리농장 처음 숙소는 컨테이너 2평? 정도 되는 곳에 2층벙커침대 두 개 딱 놓여있고 4명이서 자고 먹고 빨래 널고.. 정말 열악했다.
물론 친한 언니랑 동생, 지금의 남편과 같이 생활해서 그나마 괜찮았지만 냉동창고가 따로 있어서 이탈리아 인들과 같이 냉동창고를 쓰며 도둑 먹거리를 도둑맞고 몇 번 털리다 보니 우리도 같이 털어 먹고~ 이것도 지금 생각해 보니 추억이 되네 :)
두 번째 숙소는 벽돌로 된 집이었는데... 완전 바닥이 그냥 시멘트 발라놓은 맨바닥이었고.. 문은 철문?
바람 다 들어오고... 이건 과연 사람이 살라고 지어놓은 곳인가 싶은 곳인가 싶어 4일 버티다가 캐비닛에 날짜랑 이름 기념으로 적어두고 모텔 빌려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하루정도 일한 락멜론농장에 대한 이야기
여기는 그냥 막노동의 현장이라고 보면 된다.
방값이 주 200불인데 남편이랑 같이 지내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일본인 워커들이랑 한방에 4명이서 지내야 한다는 게 참 맘에 안 들었다. 디파짓이 300불.. 3개월..
낮엔 더워서 일을 못해 밤 12시에 나가야 되는데 시간제라 돈은 잘 모이지만 맘대로 쉬는 것도 못한다.
트랙터가 가는 거에 맞춰서 멜론을 허리 숙여서 따 올리고 따 올리고 반복.
내가 한 농작물 중 제일 최악이라면 최악.
디파짓 300불 내기 전에 하루 해보고 나왔다.
내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를 온 이유는 돈이 아니고 여행이었기 때문.
이 글을 보는 워킹홀리데이 농장 가시는 분들은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전 본인의 목적이 뭔지 정확히 하고 떠나길 바란다.
나의 워킹홀리데이는 좌절과 절망이 있지만 결국에 재미있던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되는 의미 있는 긴 시간 호주 여행이었다.